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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러브 링크, 감상.

by UVRT 2008. 11. 5.


러브 링크

저자
나이토 미카 지음
출판사
북끌리오 | 2006-07-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5년 2월까지 신쵸사 휴대폰문고에 인기리에 연재된 일본 작...
가격비교


기분 참 우울, 하다. 물론 이건 책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책의 감상은 우울해질지도 모른다.

대폰 소설의 여왕. 딱 이 말이 맞다. 휴대폰이나 PDP로 다운 받아서 보기에 좋은 소설이다. 이걸 돈주고 굳이 제본을 해서 종이책을 만들어 봐야 할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물론 짧고 강한 소설도 많지만, 이건 내용전개나 문단의 끊음이 짧은 화면에 단편으로 담기는 것이 좋다. 실제로 여러 매체로 글을 접해도 이런 텍스트가 가장 눈이 아프고 피로하며, 진행이 되지 않는다. 동일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넷에서의 글들은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긴 글들은 넷에서 지양된다.

이 글도 그렇다. 종이 책이면 너무 가벼워서 혹평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매체가 글에 무게를 실어줬다. 읽어서 넘어가는 과정이 보통보다 더디고, 힘들기에 이 글은 무게가 생겼다. 실제로 이런 네모 구조의 글자체, 거기다가 종이책처럼 한번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화면의 길이는 결국 문단 전체로 글을 인식하는 종이책의 방식보다 단어나 어절로 글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사소한 장치도 비중을 가지게 되고, 소소한 묘사도 섬세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매체의 힘이다. 반지의 제왕도 영화와 소설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지 않은가.

기에 이 글은 휴대폰 소설이다. 다 보고 나서 저장이 아니라 삭제를 누르는-이 것은 본인의 일방적 생각이므로 오류의 여지가 있다- 보통의 반사적 행동으로 생각할 때 이 소설은 깔끔하다. 삭제를 누를 만한 소설이다. 이 것은 글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깔끔한 결말과 어느정도의 여운으로 인해 미련없이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한번 더 보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종이 책은 소장이 된다. 결국 다 보고 나서 이렇게 외칠 수 밖에 없다.

'뭐야, 이건?'

장을 전제로 하는 종이 책의 구매자들은 이 책의 이런 가벼움에 혀를 찰지도 모른다. 그리고 말할 것이다. 100만 뷰? 웃기고 있네. 하지만 100만권 판매의 밀리언 셀러와 100만 부는 다르다. 이영도가 누적 조회 몇만회가 되건 결국 그 책은 밀리언 셀러가 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람 100명 중 2명은 그 책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책 사는 사람이라는 적은 분류를 적용하면, 최하 20명에 1명은 그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적어도 열집이 있으면 세집은 그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정도 인지도는 아니다. 싼 맛과 뛰어난 접근성, 그리고 부담없는 내용은 휴대폰 소설로 대단한 입지를 만들어줬겠지만 종이책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종이가 아닌 0101011001의 코드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난 종이로 보았고, 기대한 만큼을 보지 못한채 아쉬움이 남았다. 책은 나쁘지 않지만, 이동할 매체를 잘못 선택했다. 이 책은 View 되어야 한다. Read 되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