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앙. 대충 골랐는데 121회 나오키상. 가장 대중적인 소설에 준다는 그 나오키상이다. 그러니 당연히 재밌다. 100만부가 팔렸대도 믿을만하다. 물론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고, 많이 팔렸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좋은 것은 많이 팔린다. 그러니 이 책은 많이 팔렸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재밌다.
픽션인지 논픽션인지는 논외로 두고 루이 12세의 이혼에 관한 가정재판의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당근 왕의 마누라니 왕비다. 잔 르 프랑스-드 프랑스였나.- 다리 휜 거 빼고는 상당히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데-문제는 당시 다리가 휜 여성은 현대에서 거의 곱추여성과 비슷한 인식을 받은 것 같다.- 깔끔한 법정 드라마가 펼쳐진다. 엄청 재밌다. 반드시 사야 한다는 불꽃이 본인을 휩싸고 타오를 정도로 재밌다. 역전재판식의 호쾌한 법정 내용으로 전반적으로 논거를 통한 법정의 치밀함보다는 호쾌한 기세로 밀어 부치는 법정의 논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실 왕이 원고고 왕비가 피고인데다 그 내용이 이혼인데 논거따위가 뭔 소용이겠는가. 그냥 이혼하는 거지. 뭐. 그리고 작가가 상당히 중세 프랑스의 모습을 잘 고증했다고 가정하면 이 책에서 보이는 프랑스는 꽤나 사람 살 맛이 나는 곳이다. 왕을 면전에서 까도 괜찮다니! 놀라운 세상이로구나. 역시 왕 따윈 엿이나 먹어라는 분위기인가. 그 전의 왕들이 상당히 전쟁을 자주 한 폭군이미지라는 점을 가정하면 매우 놀랍다. 왕권이 중심이 되버린 백년전쟁 이후의 분위기가 이정도인데 왕권이 모이지 않은 그 전은 얼마나 왕들이 빡셌을지 짐작가고도 남는다. 프랑스 왕도 참 불쌍타.
프랑스판 사랑과 전쟁인 이 소설은 상당히 블랙조크다. 왕을 거침없이 까고, 법정은 노골적인 증거가 요청된다. -대표적인 것은 왕비에 대한 처녀검사와 왕에 대한 남근검사- 문제는 그런 것도 별로 외설스럽지는 않다는 것이다. 일본 소설이면 이정도 수위는 그냥 전체관람가로 인정해도 괜찮다. 일본이니까. 엄청난 재미가 포인트고, 법정은 그릇이다. 그리고 결국 결말은 꽤나 맘에 들게 났다.
DC의 저질 논쟁의 고귀한 버젼을 보는 듯한 이 소설은 왠지 내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내가 막갤러라서 그런가. 아아. 그립다아아~~~.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상어, 감상. (0) | 2008.10.25 |
---|---|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황금가지), 감상. (0) | 2008.10.25 |
고통받는 몸의 역사, 감상. (0) | 2008.10.21 |
GOD 천상, 감상. (0) | 2008.10.21 |
날마다 일요일, 감상. (0) | 2008.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