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독서

얼어붙은 송곳니, 감상.

by UVRT 2012. 12. 20.



얼어붙은 송곳니

저자
노나미 아사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07-08-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115회 나오키 상 수상작!자연 발화, 기이한 상처 그리고 질...
가격비교


"하울링"의 원작소설이라고 하지만, 난 "하울링"을 안 봤으니 넘긴다. 영화 볼 시간 없어. 밀린 책만 해도 돌아버릴 지경이구만. 밀린 책이 넘치고 쌓여서 치여 죽을 지경이다. 그렇지만 신작은 절판되기 마련이니 일단 사놓자. 사놓고 보는거다.

추리소설은 아니니까 그런 걸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게 뻔하다. 범죄소설, 혹은 형사소설이라 부르는게 걸맞을 것 같고 굳이 억지로 하나의 비유를 찾아야 한다면 "살인의 추억"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천천히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의 눈을 따라 사건을 찬찬히 훑어가면서 조금씩 걸음을 떼어놓으면 어느샌가 끝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관찰자에게는 기쁨이 주어지지 않는다. 오직 함께 한 동반자에게만 이 책은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고, 당신이 동반자가 되고 싶다면, 적어도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할 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크게 2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이것이 천천히 스크류바처럼 섞여서 비틀리며 융화되진 않는다. 전반과 후반이 깔끔해 보이고 중간에 쉬는 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내용의 괴리를 가져올지도 모르고, 허망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멋진 트릭과 감탄이 나오는 추리가 아니다. 범인의 사정도 알 바 없고 사회의 어두운 면에 분노할 이유도 없다. 억울한 사람도 딱히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굉장히 씁쓸하게 흘러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화내기는 그렇지만,분명히 분위기는 계속 까끌거리면서 목에 걸려 넘어가질 않는다. 쓴 웃음 외에는 방법조차 없는 시간이 끈적할 정도로 들러 붙는다.

사실 나오키상을 받은 책치고는 재미가 별로 없습니다만, 요즘 들어서 일본 소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왠지 아쿠타가와를 받을 법한 책들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어느정도 정통파가 고파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괴리된 두 단층이 마지막이 다가올 수록 하나로 녹아들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적 장치를 만들어둔 것과, 끝이 숙명론적 예언을 포함하는 듯한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깊이적인 부분에서 너무 흥미 위주의 배치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네요. 내면의 침잠이 부족한 기분이랄까요. 맛좋은 음식을 대접받았지만, 양이 부족한 기분입니다. 아니면 너무 비슷한 요리만 먹다보니 이젠 대척점에 위치한 글을 보고 싶은 기분도 들구요.

"하울링"을 보신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하울링"을 보신 분은 이 책을 볼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완성도는 원작이 더 좋습니다만-로컬라이징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니 좀 더 몰입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 책을 사서 볼 정도의 차이점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네요. 영화가 좀 더 불친절한 것일테구요. 그래도 뭐랄까, 감정선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한번 책을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1만 2천원이 부담되지 않는 분이라면 말이죠.

뒷시리즈가 딱히 궁금하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긴 하네요. 주변 사람 중에 누가 좀 안 살려나.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굽이치는 강가에서, 감상.  (0) 2012.12.20
그레이브 디거, 감상.  (0) 2012.12.20
열두 살 소령, 감상.  (0) 2012.12.20
시간을 파는 남자, 감상.  (0) 2012.12.20
나와 카민스키, 감상.  (0) 201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