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독서

시간을 파는 남자, 감상.

by UVRT 2012. 12. 20.



시간을 파는 남자

저자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06-11-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반양장본 | 196쪽 | 209*132mm ㅣ겉표지하단의 작은날...
가격비교


아. 쓰다가 날아갔다. 이 말은 이 감상문이 굉장히 대충, 혹은 압축적으로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내가 뭐라고 적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거 언제 다 적지. 젠장할. 네이버 같은 곳에 검색해보면 이 책의 원제를 <The Time Seller> 혹은 <Time Seller>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딴 거 다 거짓말입니다. 작가가 스페인 사람인데 어떻게 원제만 영어야. 그게 말이 돼? 물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저런 무난한 문장이 제목이라면 보통 자국어로 쓰는게 정상이죠.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떻게 아냐구요? 적어도 페르난도 트리아스 데 베스라는 이름이 영미권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쉬울 겁니다. 스페인 말로도 대충 '시간 판매자'니까 의미상 다를 건 없는데 원제라고 당당하게 말하려면 위키페디아 정도는 검색하는 노력을 하도록 합시다.

내가 구글링하면서 아마존 같은 곳에서 원제 한 3시간 찾다가 돌아버린 경험이 있어서 저러는 거 맞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려면, 근거는 확실해야죠. 물론 제가 적은 원제라고 해서 다 맞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8할 이상의 확률로 맞을 거라 생각 합니다. 그리고 출처가 글러먹어서 생기는 원천 오염을 최소화하고 싶은 게 제 생각이구요. 니들도 구글에서 탁탁 치면 탁탁 나와야 좋잖아... 정보 빨아처먹지만 말고 정보를 알게 되면 제공도 하라고. 토렌트 다운 받고 시드 유지 안하는 놈들이랑 다를게 없다니까. 당나귀 시절부터 문제였어.

자, 그럼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소설이라 크게 할 말도 없고 사건이 쩐다기보다는 발상력이 쩐다고 할까요. 까놓고 화폐가 생긴 이유는 시간을 사기 위해서였는데 화폐 경제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돈의 노예가 되죠. 그런 세상인 겁니다. 어차피 시간은 하루에 24시간 공급되고, 24시간 소비 됩니다. 남는 것도 모자라는 것도 없죠. 근데 우리는 항상 시간이 모자랍니다. 모두가 똑같이 공급받는데 대체 왜 내 주변 인간들은 항상 시간이 더럽게 부족한 걸까요. 과제할 시간도 없고 놀 시간도 없고 연애할 시간도 없고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없고 대출금 갚을 시간은 더 없고 담배 피울 시간도 없고 술 한 잔 할 시간도 없고 편하게 잘 시간도 없는데 대체 우린 무슨 시간을 가지고 있단 말입니까! 아, 개같네.

그러니까 딱 5분만. 내가 원하는 시간에 딱 5분만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네. 라는 마인드를 실현시켜줍니다. 까놓고 시간이라는 거 ISO-9001 인증만 받으면 다 되는거 아냐? ...그전에 저 인증이 뭐하는 인증인지도 잘은 모르겠다. 미국 FDA 식약청의 인증만 받으면 왠지 만사형통일 거 같은 기분인지라. 인류가 원하는건  시간이고, 국가만 그걸 승인한다면 우린 시간도 사고 팔 수 있을 거라는 거죠.

어찌보면 마르크스 주의자들께서는 이 책 되게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물론 자본주의자에 의해서 국가가 날아가는 거니까 별로 안좋아하시겠지만, 마르크스적 비평 개념을 단순무식하게 들이대보면 이정도로 자본주의의 허상을 잘 드러낸 작품은 없을 것 같으니까요. 자본주의는 사실 이런 거였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판다는 거죠. 그게 우리 모두에게 치명적인 타격만 없다면! 윤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것이고, 도덕은 뭘 안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즉 윤리와 도덕이 변화하면 우리는 언젠가 시간을 버리고 사랑과 우정마저도 사고 팔 수 있을지 모르죠. 그런데 우정이나 사랑 따위가 전 세계적 수요 발생을 시킬 수 있을까에는 부정적이고 싶네요. 저딴 거 사실 필요 없는데 말이죠.

<모모> 같은 철학적이거나 동화적인 분위기를 기대하시면서 인생의 교훈을 바라시면 이 책 필요 없습니다. 보지 마세요. 하지만 괜찮은 블랙 코메디를 원하시면 한 번 보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이 모든 일은 붉은 머리 개미, 그러니까 적두 개미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빌어먹을 세상이 적두 개미만 생각할 수 있게 해줬으면 이딴 개같은 일도 안 일어났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돈 주고라도 시간을 살 필요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대반전에 놀랄 준비를 하고 읽으세요! 아마도 당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 반전을 눈치 챌 수 없을 거니까요!

'책과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어붙은 송곳니, 감상.  (0) 2012.12.20
열두 살 소령, 감상.  (0) 2012.12.20
나와 카민스키, 감상.  (0) 2012.11.07
기병총 요정, 감상.  (0) 2012.11.03
OUT, 감상.  (0) 201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