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대로 하자면, 32번째로 쓴 그로테스크, 이래로 드디어 197에 와서야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다니까. 쓰게되면 작가가 빤히 돌고 돌게 된다니까. 최초로 Joli
OS로 글을 써보네요. 이거 때문에 ibus 새로 설치하고 admin 권한이 왜 없지... 이러면서 개고생 좀 했습니다. 이거 뭐
그렇게 빠르지는 않지만 말이죠. 깔깔. 어차피 이건 로컬 앱이나까 상관 없습니다. 웹 따윈 엿먹으라 그래. 클라우딩이지만
클라우딩이 아니다!
자, 서설은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일단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보다 앞서 나온 책입니다. 왜냐하면 ;그로테스크'에 대한 감상문을 쓸 때 이미 '아웃'의
작가라는 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책도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미루면서 다른 책들을 읽다보니 이 사이에 한 200권은 본 거
같습니다. 하하. 그러므로 이 글을 읽고 이 작가에 대해서 관심이 가신다면, 32번째 감상문도 한 번 읽어주세요. 이 책은
추리라기 보다는 범죄 소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추리도 나온다는 거죠. 우리가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 곳은 두군데지만, 다행이
여기서 추천하는 이입자는 범인입니다. 당신은 범죄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탐정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여타의 책들과는 그 부분이 다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도 크게 보면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입니다만, 사실 책의 전체 모습은 추리자입니다. 방관자라고도 볼
수 있죠. 사건 자체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 당한 사람 측에 서 있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이 책은 당신에게 범죄의 모습을
말해줍니다. 이런 사정으로 죄를 저질러 버렸다. 너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라고 말이죠. 물론 범죄가 미화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살면서 거지같은 인간을 반드시 만나기 마련이고, 법 따위 없었으면 저건 진즉에 내 손에 죽었다, 싶은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런 기분으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4명의 여성이 나오고, 모두가 정상적이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을 지니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흔히 있는 젠장할
영혼의 표상이랄까요. 세상에 완벽한 악인은 없지요. 반대로 생각하면 세상에 완벽한 선인도 없습니다. 모두가 범죄의 기색은 지니고
있는 겁니다.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현실로 행한다면 아마 남성의 9할은 성범죄자로 등록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이 모두
하지는 않죠. 그리고 남에게 말하지도 않어요. 그런데 어쩌다가 욱해서 저지르고 보니까? 어라? 그리고 시발.
그야말로 아웃입니다. 인생에서 아웃 당한 거에요. 이제는 평화로운 안의 세계로는 갈 수가 없어요. 왜냐면 난 아웃이거든. 자의건,
타의건, 방관이건 어찌되건 아웃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아웃~! 거기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뭔가 옹호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가 아슬아슬하게 아웃 당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 보여주는 겁니다. 제가 아웃당하지 않는 이유는 돈이 있기
때문이겠죠. 딱히 아웃당할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다면? 아마 저도 아웃 당하겠죠.
숭고한 이유도 없고 우린 그냥 아웃당할 상황에 아직 안 처한 겁니다. 그리고 아웃 당하고 나면, 이제는 돌아올 수 없어요. 영원히. 그런데 말이죠. 인생의 패배자가 될 바에는 인생에서 아웃 당하는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루하루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우면서 살아가느니, 모든 고통을 털어버리고 인생 아웃 당하는게 낫죠. 자살 같은 시시한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냥 적당히 나의 고통들을 없에버리면 딱 됩니다. 남을 아웃 시키면 되는 거죠. 내 손으로. 깔끔하게. 지옥같은
삶이라도 살아가야 한다고 누군가는 말합니다만, 살아있는게 지옥인데 언제까지 살아야 할까요.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고 하는데 대체
언제요? 30년간 지옥에서 살다가 이틀 좋은 날이고 교통사고로 꽥. 죽어버리면? 이래도 좋은 날이 오니까 지옥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그럴 바엔 그냥 미리 미리 날 괴롭히는 것들은 아웃시켜버리고 이틀 행복하게 살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날은 이틀로
똑같지만 지옥은 30년에서 하루로 줄어들었잖아. 이게 합리라는 거 아닙니까? 효율이라는 것이기도 하구요.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 죽지 못해서, 죽고 싶은데 못 죽어서 살아가는 삶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웃이야 말로 그들에게
낙원일지도 모릅니다. 안에 놈들이 잘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비웃기만 하지. 이딴게 현실사회에요. 아웃된 놈들을 비웃고, 거기에
가까운 놈들을 비웃으면서 하루 하루 살아갈 힘을 얻고 있어요. 그래놓고 힘들다고 하면 되먹지 못한 응원이나 하죠. 지랄하네.
누구에게 공감하고, 누구의 길에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에 동의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다 읽고 느낀 점이 '꼴 좋다' 였습니다. 꼴 좋은 소설입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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