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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홍화녹엽, 감상.

by UVRT 2011. 9. 13.



홍화녹엽

저자
원정미 지음
출판사
신영미디어 | 2004-07-15 출간
카테고리
장르소설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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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게 로맨스 소설인가. 내 인생에 있어서 로맨스 소설은 할리퀸 시리즈 아니면 귀여니 밖에 없어서 뭐가 로맨스 소설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국화꽃 향기 같은 것도 로맨스로 칠 수 있을 것 같고, 뭐 생각해보면 이리저리 로맨틱한 소설은 많이 본 것 같은데 좋은 로맨스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랑 이야기 쓰려고 하면 꼭 사람 하나 죽어야 되는 인간 머릿 속에 로맨스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적어도 이 글은 내가 쓴 소설처럼 사람이 죽거나, 다치거나, 피폐해지는 않는다. 물론 내가 쓰는 것도 항상 목표는 로맨스다. 내 로맨스가 각박하고 리얼이라서 것이 이 글과의 유일한 차이인 것 같다.

난 아다치 미츠루가 좋다. 뻔히 보이지만 서로 말 못하고 머뭇거리는 그 애매한 시간의 흐름을 지내는 사람들이 좋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다들 아닌 척 밝게 지내지만 풋풋해 보이는 그런 그린듯한 청춘연애의 한 장이 너무나 달달해서 엄청나게 좋다.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그만큼의 행복을 준다. 내가 겪지 못했지만 겪고 싶었을 어떤 순간이니까.

누군가는 말했다. 영화같은 사랑을 생각하며 연애를 시작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다행히 책은 영화같은 사랑을 보여준다. 첫 눈에 반하는 것부터가 이미 영화 같은 사랑이 아닌가. 그리고 결국 그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그게 바로 영화다. 영화가 소설과 같은 점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로맨틱 영화가 가지는 '로맨틱 아이러니Romantic irony'가 뭔지 말해보라면 바로 그런 사랑은 없다는 것이다. 있을 법하지만 없는 사랑이야기. 그게 바로 로맨스다. 영원히 할 수 없는 것. 그런데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것. 그리고 가끔 나 빼고 다른 사람들 중에는 하는 사람이 나온다는 점에서 로맨스는 정말 잔인한 장르인 것 같다. 차라리 모두 다 못한다면 억울하고 비참하지나 않을텐데.

사랑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감정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한다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런 걸 잘 모르겠다. 내가 말하는 감정이 가식인지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나는 편하게 살기 위해서 타협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협하고 살아도 세상은 살만하다. 진심을 보이라고 할 때, 난 되묻고 싶다.

"내 진심을 알고 싶은게 너의 진심이냐? 그리고 알아서 뭐하게?"

인간사의 기본은 의심이 아닐건데 나는 의심하고 의심한다. 이게 이 책이었다면 결국 사랑으로 의심이 끝맺겠지만 여긴 현실이라 의심은 의심으로 마무리 될 뿐이다. 붉은 꽃 피고 푸른 잎 무성한 아름다운 연애는 책 속에 있었고, 나는 즐거웠고 두 사람은 행복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나는 여기가 현실이라는 것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비가 내릴 것이라는 희망은 있지만, 결국 여기는 사막이다. 희망'은' 존재하는 사막.

북극성을 보며 길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낙타도 길잡이도 없다. 비는 오지 않고, 모든 곳은 모래 뿐이다. 건조하다.

그래, 여긴 사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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