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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다잉 아이, 감상.

by UVRT 2011. 8. 12.



다잉 아이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재인 | 2010-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잊지 마, 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 관능과 공포가 물씬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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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마음의 창이다.

사형수의 머리에 보자기를 씌우는 것은 그 눈을 바라보지 않기 위해서.

누가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맞는 말인거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린 거짓말을 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누군가의 눈을 마주보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고 한다.-물론 난 그걸 위해서 똑바로 바라보고 하는 거짓말을 연습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진심을 전할 때, 눈을 바라보면서 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눈이라는 것은 아마도 정말 인간의 마음을 어느정도 보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진실로 그렇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그렇게 믿고 있는 이상 그것은 아마 그런 역할을 할 것이다. 믿음은 곧 힘이고 사람들이 모두 믿는다면 그것은 곧 하나의 주술이 되어 사람을 구속한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주술들은 이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가는 자의 눈동자는 얼마나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을까. 인간이 가장 진실해지고, 가장 순수하게 열망하고 믿을 수 있는 그 순간에 모든 것이 담긴 눈동자는, 사람을 어디까지 얽맬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눈에 담기는 순수는 축복일까 저주일까? 죽어가는 그 순간, 그 가장 순수하고 모든 생각이 모일 때, 그 눈에 모이는건 아마도 저주일 것이다. 살고 싶다는 원(願)은 곧 원(怨)이기도 할테니까. 죽음의 순간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대단할 것이다. 그 사람의 눈에는 아무 것도 맺히지 않을 것이고 그런 눈이 아마 수정처럼 투명한 눈일 것이다.

죽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죽음 앞에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없다. 이 이야기는 그런 대전제에서 시작된다. 모든 사람은 살기를 원하고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앞두고 무언가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모든게 담긴 눈을 본 사람은 아마도 무언가에 '씌일' 것이다. 거기다 그 사람이 자기가 죽인 사람이라면야 더 말할 것이 뭐 있겠는가.

그리고 사람이 죽기 싫어한다는 것은 살고 싶어한다는 말의 반증 같은데,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죽고 내 피부는 벗기고 눈과 고막과 심장과 간, 위, 폐와 신장은 떼어내고, 골수와 림프액, 혈액은 뽑아내고 지방과 근육은 잘라내어 이식을 시켜 놓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인가. 죽은 것인가. 반만 살아 있는 것인가? 뇌가 죽었으니 죽은 것인가? 그렇다면 왜 뇌가 살아야 하는가? 기억을 하니까? 새로운 삶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3살의 나는 죽은 걸까? 희미하게 기억하는 작년의 나는 어떤 경계에 서 있는 걸까?

살아 있다는건 뭘까?

그리고 내가 죽은 뒤, 누군가 자신을 나라고 믿으며 나처럼 꾸미고 나처럼 살아간다면 나는 살아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누군가가 죽은게 아닐까? 사람의 생물학적 생명과 사회적인 생명, 관념적인 생명 중 무엇이 가장 존귀할까. 난 내 이름이 영원히 남는 걸 원해야 하는가. 내 삶이 영원하기를 원해야 하는가. 내 수명이 영원하길 원해야 하는가. 난 무엇을 영원히 남겨야 영원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살아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향유하고 소모하며 증명하고 있나.

난 내 생을 무엇으로 증명하고 있을까.

나의 눈빛이 너와 같다면, 네가 죽은 것일까 내가 죽은 것일까.

결국 둘이 같다는 것은, 둘 다 죽었다는 것이다. 난 이 책을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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