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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금단의 팬더, 감상.

by UVRT 2011. 1. 15.



금단의 팬더

저자
타쿠미 츠카사 지음
출판사
끌림 | 2008-08-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신유희 역 반양장본 | 398쪽 | 188*128mm (B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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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라는 제목에다가 표지에 팬더가 떡하니 식탁에 올라가 있어서 팬더를 먹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팬더가 아니라 북극곰을 먹는 내용... 은 아니구나. 북극곰을 먹을 뻔한 이야기가 되겠다. 물론 소설의 중심 줄거리가 북극곰을 먹으러 떠나는 팬더의 대 모험극,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북극곰을 먹을 뻔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야말로 이건 곁가지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팬더가 송곳니가 있으며 식육(食肉)목이라는 거다. 목은 한자를 몰라서 못 썼다. 양해바란다.


팬더는 왜 먹으면 안될까?


팬더가 맛없어서? 잘만하면 맛있는게 세상 모든 재료다. 하다못해 벌레도 조리하면 맛있지 않는가. 메뚜기 안 튀겨먹어보고 번데기 안 삶아먹어 본 사람은 말하지 마라. 조리법을 잘 찾고, 그것이 맛있다는 사회 관념만 조성하면 맛있어진다. 다 맛없다는 관념 때문에 맛 없는 거다. 쓴맛도 어른의 맛이라고 포장해서 파는 세상이 아닌가.


팬더가 너무 비싸니까? kg당 하면 참치도 만만찮다. 복어도 그렇고, 하지만 먹을 놈은 먹는다. 당당히 요릿집도 있다. 팬더가 얼마나 비쌀지는 몰라도, 로랜드 고릴라 만큼 비싸지는 않겠지.-물론 로랜드 고릴라도 안 먹는다만.- 적어도 비싸다는 건 이유가 되기 힘들다. 오히려 메리트가 될 지도 모른다.


팬더로 요리를 하면 종교에 위배가 되서? 내 아직까지 어떤 종교도 팬더 섭취를 금하는 곳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애당초 팬더는 토테미즘의 대상도 아니고 키우거나 사냥해 먹을 정도로 인간에게 친숙하지 않다.


결국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팬더를 먹는건 워싱턴 조약에 위배가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팬더는 국제 조약 상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니까. 결국 그 빌어먹을 법이 우리가 팬더를 먹지 못하게 하는거다. 결국 인류가 먹지 못하는건 '먹을 수 없는'게 아니라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을 뿐이다. 나무도 잘게 조개서 잘 삶은 뒤에 양념으로 무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가구도 다 먹을 수 있다는 거다. 먹고 죽지도 않는데 못 먹는 건 다 법 때문이다.


결국 팬더를 먹지 못한다는 것은 하나의 법적 금기를 뜻할 뿐이다. 법을 제외하고선 누구도 팬더를 먹게 금지한 적이 없다. 그리고 법적으로만 금지되어 있다는 것은, 의외로 팬더가 맛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살그머니 보여준다. 결국 이 이야기는 그런 미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팬더를 요리할 정도로 미식을 추구하는 것의 이야기.


자, 내가 지금까지 팬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나? 그럼 이제 드디어 이 소설의 핵심을 찔러보자.


인간 세상의 매우 가까이에는 팬더와 같이 법으로 못 먹게 금지된 것이 있다. 팬더처럼 죽이면 처벌받고, 팬더처럼 법적으로 보호받는 동물이 우리 주변에는 매우 매우 많이 살고 있다.


그리고 난 팬더와 그 동물에 대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그 동물을 먹지 않는 것은, 다른 어떤 이유도 아닌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자, 그럼 결론도 팬더 때와 같이 난다.


어쩌면 그 동물은, 의외로 굉장히 맛있을 지도 모른다. 안 그런가?


그 동물이 뭐냐고? 이미 단서는 이 글에서 다 주었다. 물론 북극곰이나 로랜드 고릴라는 아니다. 정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된다. 어쩌면 당신도 나와 같은 생각에 도달할지 모르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그 동물이, 굉장히 맛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 읽고나면 왠지 입술을 핥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어떤 의미로 핥건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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