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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뱀에게 피어싱, 감상.

by UVRT 2010. 11. 10.



뱀에게 피어싱

저자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12-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뱀에게 피어싱일본 문단에서 가네하라 히토미의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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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면 아마 기승전결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이야기라고 해도 결론은 존재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최근의 소설들은 결론이 아닌 결말만을 가진다. 이야기는 끝맺지만, 그것은 어떤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는 제목도,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감정을 격렬하게 움직인다는 평이 있었지만 공감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왠지 혀를 짖뭉개는 그 소리가 귓 속에서부터 울리는 듯한 글이다. 아득거리는 것도 아니고 오도독도 아니다. 까드득은 더더욱 아니겠다. 그 모든 것의 중간에서 살짝 부풀어오른 탱글한 무언가가 부서지면서 연골처럼 부드럽지만 끈질힌 것이, 힘줄처럼 쫀듯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섞여들면 그게 아마 혀를 으깨는 소리일 것이다. 책은 그런 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혀 끝이 조여드는 느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아마도 풍선처럼 피는 통- 하고 튀어오른다.

이런 여자, 이런 남자, 그리고 그런 남자. 그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숫자가 늘어나는 피어스처럼 조금씩 가슴 속에 박혀든다. 하나, 그리고 또 하나. 조금씩 커지는 구멍처럼 사람의 없어짐은 빈자리는 만들고 그 텅 빈 공허함이 싫어 사람은 다시 사람을 사랑하고 새로운 피어스를 끼우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작던 구멍은 점점 커져가고 예전보다 작은 것은 만족하지 못하게 한다. 그게 세상의 모든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느낄 수는 있을 것이다. 느낀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내가 믿을 수 있다고 빌고 싶다. 신이라 불릴지도 모르는 그 어떤 것에 두려움을 맡기고 싶을 때, 사람은 사람을 사랑한다. 점점 커져가는 빈 자리는 더 이상 커지지 못하고 날카롭게 베여 아련한 핏방울이 되어 흘러 내린다. 아랫니를 타고 들큰한 향과 함께 아랫입술을 뜨듯하게 만들면서 턱을 따라 흐르는 피는 가슴팍에 떨어져 번질 때가 되서야 알게 된다. 아, 돌아갈 수 없구나. 머리가 울릴 정도로 아픈 혀끝의 아릿함을 읽는 순간 나의 앞니는 혀를 빼물고 있었다. 입속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말을 바꿔야겠다. 감정이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는게 아니다. 그저 감정이 생겨나고 있다. 소리를 듣고 싶은 욕망이 생겨난다. 관절이 어긋나는 그 묵직한 소리를 뼈가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를 피부를 베는 뜨거운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난 소리가 듣고 싶다. 사람이 부서지는 그 소리를.

그 사람이 누구이건 상관 없다. 설령 나 자신의 소리일지라도. 아니, 오히려 내가 으깨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순간일지라도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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