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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구형의 계절, 감상.

by UVRT 2010. 10. 31.



구형의 계절

저자
온다 리쿠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07-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본 평단과 독자가 주목하는 최고의 추리 작가 온다 리쿠의 작품...
가격비교


언제부터일까. 기록하는 책들의 가격이 8천원에서 1만원이 되어버렸다. 살 때는 몰랐는데 불현듯 정신을 차려보니 2천원이나 모든 가격이 올라있다. 예전에 12,000원의 책이라면 꽤나 좋은 인문서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소설도 12,000원이 흔하다. 가격은 오르고 있고 우리는 과연 그 가차에 맞는 책을 보고 있을까. 책을 쓰는 입장이 아닌 사는 입장에서 가격이랑 항상 미묘한 문제다. 같은 돈으로 더 적은 책을 볼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만원으로 한권을 여유롭게 사지 못한다. 그렇기에 점점 확실한 작가를 찾기 시작하고 적어도 일본 문학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와 온다 리쿠는 가격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매너리즘이라 표현하기에는 아직도 재밌어서 온다 리쿠적 구성이라고 표현하고는 있지만 이 이야기도 언제나처럼 비슷하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원하기 때문에 나는 온다 리쿠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몹시나 뭔가 먹고 싶을 때는 그 음식에 있는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내 삶에는 창백한 추억이 부족한 걸지도 모른다. 행복하게 살아왔다는건 자랑이지만, 어쩌면 지루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모자란 것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감각. 모자라본 적이 없기에 결핍되었다.

결핍.

핍진한 무언가는 사람을 그것에 열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은 대체 왜 초자연 현상을 쫒고 있는 것일까. 네스호에 네시가 살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한국 땅에 호랑이가 살면 어떤가? UFO가 당신의 삶에 어떤 장애가 되었던가, 디딤돌이 되었던가. 대체 왜 우리는 우리의 삶에 있어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던 것에 열광하는 것일까. 인간은 대체 왜 예술이라는 비생산적인 일에 매달리고 열광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우리에게 그것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구형의 계절에서 사람들은 뭔가가 부족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부족했던 건 무엇일까.

그림자?

삶에 그림자가 단 한 번도 드리워진 적이 없다면 그림자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균형'이니까.

먼지?

자신의 존재에 단 한번도 먼지가 쌓인 적 없이 반짝거리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는 회색으로 더럽혀진 무언가를 원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세상이 재밌을테니까 분명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이야기들은 항상 온다 리쿠에게 녹아있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불행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불행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지금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구형(球形)에 계절은 누구도 모른다. 그렇기에 난 딱 잘라 말하겠다. 지금 이 동그란 곳은 불행의 계절이라고. 행복의 계절이라면 이렇게 더울리가 없다. 그렇게 추울리가 없다. 비가 오고 눈이 쏟아지고 땅이 말라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동글동글한 세상은 불행의 계절을 지내고 있다. 그리고 그 계절에서 우린 불행의 한 자락을 옅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채운다.

아마도. 결핍된 것을 원하는 것이 균형이라면 자신과 같아 보이는 것을 원하는 것은 분명, 사랑일 것이다.

그래, 난 이 책을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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