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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마술은 속삭인다, 감상.

by UVRT 2011. 1. 10.



마술은 속삭인다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06-11-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반양장본ㅣ395쪽ㅣA5ㅣ깨끗합니다.(책소개) 용은 잠들다,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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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과 비슷한 느낌으로 시작해서 결말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비슷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미묘한 느낌이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이 유명하다는 것도 알고 모방범을 읽었었기 때문에 잘 쓴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난 이 책을 왜 산 걸까. 역시 마구잡이로 책을 사다보면 내가 언제 샀는지도 모를 책들이 이렇게 덩그라니 방에 있는 법이다. 이것도 인연이다. 그러려니 하자.

 

모방범 때도 느꼈지만 그녀는 방외자에 대한 관찰이 참으로 탁월하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조사자도 아닌 방외자에 대한 시선은 그녀의 미스터리를 익숙하지만 낯설게 만들어준다. 단지 시각이 바뀌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독특해져 있다. 시선이 변하는 것 만으로 소설이 재밌어진다. 분명 작은 변화지만 큰 결과다. 그리고 아마 소설의 재미를 완벽하게 다듬어주는 것은 그녀의 솜씨일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론을 가졌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럴리가 없잖아, 라는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최면을 이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다면 진즉에 신문에 났겠지. 물론 책에서도 '고도로 훈련된', '몇 없는'이라고 표현해서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있지만 읽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어라? 가능한건가?'라고 생각해버리는게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관심도 있고 이해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최면과 서브리미널-무의식-에 대한 소재를 절묘하게 만들어냈다.

 

모방범이 집요할 정도로 방외자에 대해 추적해나간 소설이라면 이 책은 정말 한권으로 간결히 끝나는 미미 여사의 스타일을 담아낸 소설이다. 번역되었기에 그 맛은 분명히 많이 변질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맛의 너머에 있는, 요리의 모습이 보인다. 분명 이 글은 스타일이 굉장히 좋다. 왜냐하면 그녀의 시선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니까.

 

단지 시선의 위치, 시선의 방향, 시선의 종류만으로 이 책은 매력을 가지게 된다. 작가에게 있어 소설적 시선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몇번이고 깨닫게 하는 글이다. 그녀는 그녀만의 시선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스타일이 존재한다. 난 이런 작가가 좋다. 자신의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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