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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독서

라이프 크라이, 감상.

by UVRT 2010. 1. 18.


라이프 크라이 1

저자
성상영 지음
출판사
마루(마루출판사) | 2008-07-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본시 작은 인터넷 게임 회사에 불과했던 아라한 컴퍼니! 무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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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판타지는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싶다면 최소한의 현실성을 갖춰야 한다. 장르문학의 소비 세대가 10대와 20대가 주축이며 그 중에서도 남성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제 이 장르는 리니지 팬픽만도 못한 현실성과 게임성을 극복해야 한다. 애시당초 생각이 있는 게이머라면 이런 게임이 1년만에 망해버릴 거라는 것 정도는 잘 알 것이다. 재밌다는 세뇌를 받건 뭐건 일단 게임 자체가 개판이니까 말이다.

이 소설에서 게임 외적 요소가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을 이용한 작품은 매우 많지만 결론적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식으로 문제가 결정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단점이다. 물론 우연으로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는 건 좋다. 하지만 우연으로 문제가 해결되버리는 것은 좋지 않다. 즉 우연히 범인의 발자국을 발견한건 좋지만 맨땅에서 우연만으로 범인을 잡아버리는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점점 진행될 수록 우연적인 비중이 커진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나로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주인공의 처음 모토인 1인 무적이 아닌 군대를 이끄는 강함을 추구하는 점도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이없이 사라져버린 점도 문제였다. 그리고 결국 주인공은 1인무적에 군대까지 이끄는 괴이한 존재가 되면서 여태까지 쌓아온 개연성을 물말아 먹었다. 뭐하자는 건가. 기본적으로 게임을 할 때 운영진이 가지는 가장 큰 권한은 '캐릭터 블럭'과 '계정 삭제'이고 이것은 모든 게임 약관에 명시되는 합의 사항이다. 왜 아라한은 주인공을 블럭하거나 계정을 정지시키지 않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유저 하나가 없어지면 게임이 망할 정도가 되면 안된다. 하지만 아마도 라이프 크라이는 주인공이 없으면 필연적으로 망했을 것이다. 어떤 유저도 대군세를 이끌지 못했고 주인공정도의 강함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티플레이조차 없는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황당함을 넘어서서 헛웃음만 나온다. 거기다가 이리드는 주인공이 원하는 만큼 쌓이고, 기술로 인해 얼마든지 스킬도 익힐 수 있다. 이런건 MMORPG가 아니다. 그저 RPG다. 싱글 플레이라면 어떠한 주인공의 기행도 성립하지만 MMORPG는 유저간의 균형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다. 한 놈 없다고 게임이 망하면 그건 이미 MMORPG가 아니다. 내가 리니지 하고 있는데 포세이든이 게임을 접었다. 그래서 서버가 망했다. 이게 말이 되냐. 그딴 게임이 인기가 좋을리도 없고, 일단 그런 상황이 한번이라도 나오면 게임 망한다.

게임으로서의 기초도 없는 게임이 애시당초 인기를 끌리도 만무하지만 일단 소설은 세뇌라는 괴이한 방법을 통해서 게임의 인기를 구축했다. 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게임 회사가 대단해도 국가를 엎을 수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무리 대단해도 미국정부에게는 버로우를 타야 한다. 이유는 국가는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기관이고 기업은 뭔 짓을 해도 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착을 통해 그 법을 제어할 수는 있고 어느정도 눈감아주는 면도 있겠지만 모든 정보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겉으로나마 표방하고 있고 그 게임이 전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면 이 게임회사는 전 세계의 모든 정부와 언론과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는건데 그게 가능할 거 같냐. 이게 무슨 1984의 빅브라더인 줄 아는가? 저 중국조차도 인터넷과 언론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입을 몽땅 다 틀어막을 방도는 사실상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혁명이 일어나지.

그리고 전세계로 서비스하는데 주인공은 단 한번도 외국인을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놀라운 세계다. 언어마저 통일되버린건가. 아니 그전에 대한민국이라고 국명이 떡하니 살아있는데 언어가  통합되었을리가 없다. 아.16인의 다크게이머 중에 외국인이 있었구나. 그런데 걔들도 다 한국에 사는 것이 신묘하다. 최소한 날뛰는 범위라도 세계스케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은 게임은 광대역 스케일인데 현실에서는 56kb모뎀이다. 슬프다.

빅 브라더의 진지함도 없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 없다. 마지막에 주제의식을 던지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결국 인물의 입을 통해 마구잡이로 주제를 강제로 던지고 있다. 결국 7권까지 오면서 작가의 억지논리나 무분별한 전개를 감내하던 독자는 8권에서 허탈하게 된다. 결국 이런 식이면 3권 안에 결론을 지을 수도 있지 않았는가. 책을 다 읽고 나는 하나의 물음을 작가에게 던지고 싶다.

"왜 8권이나 썼는가?"

흥행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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