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もしドラ』(모시도라)로 더 유명한 작품인데 그 이유는 아마 제목이 더럽게 길어서가 아닐까 한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이라니. 최근에 본 '역시 내 청춘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라던가 '내 뇌속의 선택지가 학원 러브 코미디를 전력으로 방해하고 있다.'라던가 '널 오타쿠로 만들어줄 테니까, 날 리얼충으로 만들어줘!' 라던가 '용사가 되지 못한 나는 마지못해 취직을 결심했습니다.' 같은 흐름의 시작인지 중간인지 감조차 안 잡힌다. 뭐, 그래서 공식 홈페이지 주소도 모시도라.jp로 되어 있을 정도니 그냥 통칭 모시도라라고 하자.
아, 조금만 더 분량이 많았다면 참
좋았을텐데. 안그래도 매니지먼트 입문서인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의 에센셜 판을 보고 더 줄여서 설명하는 책이지만 그래도
분량이 부족하다는 감은 지울 수가 없는게 슬프다. 이거 근데 잘 읽어보면 『크게 휘두르며』가 더 합리적인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지. 매니저 이름이 미나미라서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중간에 야구한다는 말 때문에 갑자기 성별이 헷갈리다가
내가 이런 더러운 남녀차별론자였는가, 에 대한 고민을 3분 정도 했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표지에 여자 매니저가 그려져 있지
않은가. 왜 난 남캐로 착각했는가.
니혼 코시엔. 여름대회에 참여하는 고교의
수는 약 4천여개. 도쿄도에서 출전할 수 있는 팀은 총 2팀. 과연 1차전 탈락 단골인 진학고교-편차치 60-에서 최고 성적은
20년전에 거둔 예선 16강인 현실 속에 고작 여고생 하나가 피터 드러커를 읽었다고 고시엔 진출이 가능할까? 그것도 단 1년만에.
결론만 말하자면 가능하다. 심하게 말하면
우승도 가능하다. 2007년 사가키타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죽여주는 에이스가 있어야겠지만. 어차피 궁극의 에이스 하나를
가지고 극한까지 10번의 토너먼트를 달리는 것이 고시엔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최동원의 한국시리즈와 다를게 뭔가. 7차전 중 다섯 번
등판, 최종 기록 4승 1패. 적절한 에이스와 사람같은 야수들이 받쳐준다면 무엇이든 가능한 곳이 바로 고시엔이다. 고교야구는
기적을 보여주는 곳이다. 학생들의 야구는 그런 것이다. 고교야구는 아니지만 2013 제 43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원동중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으면 뭘 기적이라 하겠는가. 이렇듯 고교야구에 있어 기적이란 불가능이 아니라 가능의 영역에 있다.
고교야구는 바로 그런 기적이 이뤄내는 감동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에 대한 간단한 예시적 스토리가 흘러간다.
이야기는 특출나지 않지만 고교야구와 기적의 탄생은 보증된 감동을 약속한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피터 드러커에
대해 약간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 책은 좋다. 하지만 야구도 별로고 매니지먼트도 별 관심이 없다면 이 책은 그저 가격이 비싸고 만화
삽화가 들어있는 그저 그런 책이 될 것이고 스토리는 바람 불면 날아갈듯 빈약하게 느껴질 것이다.
당신이 야구를 모른다면, 특히 고교 야구를
잘 모른다면 이 책은 허황된 허세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교야구를 알고 있다면 이 책은 감동이 될 수 있다. 기적은 불가능하지
않다. 고교야구에서 기적이란 자그마한 계기만으로도 찾아온다. 그걸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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