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많은 분들이 등장, 위치 이동, 혹은 사라지셨네요. 음. 마케팅과 영업본부가 나뉘었으니 사라지셨다기 보다는 회사가 커져서 부서가 늘어났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볼륨도 미묘하게 증가한 2권입니다. 네, 2-3권 비싸서 안사다가 이제 사서 두권 다 보고 감상문 씁니다. 저 밑에가면 3권 감상 할겁니다.
1권에서 말한 특징들은 여전히 잘 살아있지만, 내용 측면에서 인간 관계가 좀 더 강조되는 2권입니다. 집사-경부-주인공-주인공의 아버지 등 자잘한 인물들이 조금씩 도드라집니다. 사실 앞서는 가볍다 라고 말했지만 이건 어쩌면 여성 독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輕)추리가 아닐까 합니다.
홈즈보다는 루팡인 저로써는 사실 안락의자 탐정의 미학을 이해는 잘 하고 있습니다. 문장이 이상하지만, 뭐 그런 겁니다. 네, 루팡을 좋아해도 에르큘 포와로 뇌세포 빨 수도 있지? 코카인 중독자가 의사 도움 받아서 범인 좀 집에서 잡으면 어떻습니까? 솔직히 그냥 한니발 렉터가 감옥에서 내용 듣고 추리해주는 거랑 다를 바가 없어보이지만, 지각(知覺)의 착각이겠죠.
혹시 당신이 할리퀸 로맨스를 사랑한다면, 아니 적어도 로맨스 소설을 사랑한다면 부호영애와 집사가 즐기는 이 일련의 시트콤에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런 게 성립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제 취향은 젊고 싸가지 없는 남자 사장과 깐깐하지만 머리가 긴 여비서 입니다. 로맨스와 추리라는 두 가지 장르 규범을 절묘하게 오가면서, 과연 이 소설을 뭐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 소설은 추리일까요, 로맨스일까요? 뭐, 별 수 없이 추리겠죠. 왜냐하면 로맨스의 가장 큰 관습은 사랑이 이루어지거나, 실패하거나 인데 이 소설에서는 그 사랑에 대한 결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범인이 잡혔다,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 나오지 않으니 어쩌면 추리도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호쇼가의 영애께서 계속 형사질을 하시는 걸로 보아서는 추리가 아마 다 맞았을 겁니다. 아마도, 아마도. 그래서 이 소설은 아마도 추리겠죠.
사실 집사와 경부의 역할이 하나로 모여야만 히어로, 혹은 로맨스의 상대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오래 같이 있고 좀 더 다양한 면을 보여줘야만 사람은 매력이라는 걸 느끼니까요. 그리고 두가지 합쳐진 집사형사가 되었다면 본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가 되어버렸겠죠. 소설은 캐릭터를 2개 만들어놓고, 의도적으로 한 쪽 캐릭터의 매력을 두동강 내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읽으며 주인공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사람의 관계보다는 추리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리는 여전히 산뜻하고 가볍기 때문에 추리 자체에 매몰되기 보다는 추리를 하면서 나누는 '쓸모없는' 이야기와 문장들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추리소설에서 '추리가 진행되는' 과정은 최고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클라이맥스 장면이기에 추리 외에 다른 것들이 끼어들면 김이 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극도의 긴장감을 버리고 산뜻한 분위기와 가벼운, 글넘김이 좋은 추리를 선보입니다. 놀랍네요.
1권에서 저는 트릭이 가볍다고 해서 추리가 싸보이거나 소설이 경박해보이지 않는 것에 놀랐습니다. 2권에서는 로맨스를 이렇게 추리에 잘 얹을 수 있다는 점이 놀랍네요. 이 정도는 되야, 대중소설작가라고 할 수 있겠죠. 부럽기만 합니다. 정말. 부럽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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