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에서는 이제 회사가 해외부서까지 생길 정도로 발전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마케팅1본부가 생긴 걸로 봐서 마케팅 부서가 더 커졌나 보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영업팀장님....? 좋은 곳으로 가셨길 바랍니다. 회사가 나날이 번창하고 가격도 오르는군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젠장할 젠장할.
아무리봐도 3권으로 엔딩이네요. 누가봐도 이건 엔딩이야. 물론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 있습니다. CSI도 보면 라스베가스에 마이애미 식으로 얘들 다 바꿔가면서 잘 살잖아요? 가자마쓰리 경부가 없어도 다른 경부가 오면 그만이지. 물론 집사는 잘리면 안됩니다. 사실상 배후조종자니까요.
3권을 읽고 나니 예전에 저에게 집사물을 리퀘스트 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물론 덜 써서 아직 안 줬는데 햇수로 한 1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아, 그정도는 아닌가. 대충 8년 정도 된 것 같네요. 그런데 그냥 이 소설 보여드려도 될 것 같은데요. 꽤나 좋은 집사물의 분위기가 3권에서 흐릅니다. 저는 이런 집사물 써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젊고 현명하고 싸가지 없지만 주인을 위하는! 캬, 멋져.
좀 더 로맨스가 강조됩니다. 가자마쓰리 경부도 좀 더 입체적으로 변하고, 집사도 좀 더 입체적으로 변합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만한 상황입니다. 내가 만들었지만 이야기 속의 모든 것들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허겁지겁 받아적고 있죠. 어느샌가 나는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 만들고 있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3권에 들어와 이제 이야기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네, 이야기는 작가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흘러갑니다. 거대한 강을 어디로 틀건, 결국 바다로 가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아마 이 이야기는 3권에서 끝난게 아닐까요? 사실 꽤 긴 장편 시리즈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3편에서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작가가 다룰 수 있는 곳은 이제 여기까지다, 라는 기분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이 이야기가 추리소설로 남기 위해서는 이럴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들리는 것 같네요. 4권이 만약 나온다면 그 소설은 추리라기 보다는 탐정 로맨스, 혹은 형사 로맨스 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점점 추리의 색이 옅어지면서 인물과 사건의 주변에 색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사람에 이제 매력을 느끼고, 사건 너머에 있는 이 사람들의 '아무런 상관 없는' 이야기에 빙그레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니 이제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야겠죠. 마음 같아서는 많은 시리즈가 나와줫으면 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추리보다 더 재밌는 일이 생기기 전에, 아직 추리가 더 재밌을 때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네, 4권 나오는 순간 제 소리는 다 뻘이 됩니다만 저는 3권이 마지막 일거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4권이 졸작이거나요. 좋은 로맨스 소설이겠지만 추리 소설은 아닐 것 같네요.
그러니 만약 이 이야기가 3권에서 영원히 끝난다면 저는 이 3권을 산걸 감사할 겁니다. 제 책장에 놓인 많은 추리 소설들의 맨 앞에 저는 이 3권을 놓아두고 누군가에게 항상 말할 겁니다. 뒤는 모르겠지만, 처음은 이걸로 시작해보라고. 그리고 제가 가진 추리 소설을 모두 읽어본 사람이 온다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제 이걸 읽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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