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오늘의 하와의 코나

UVRT 2015. 8. 12. 04:05



음... 사실 5대 커피니, 3대 커피니 이런 건 안 믿는 성격입니다. 커피라는건 와인처럼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떼라주(토양), 빈티지(연도)에 따라 평균 퀄리티가 높은 커피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만 커피라는건 결국 생두라는 원료를 로스팅이라는 1차 가공, 분쇄 및 드립이라는 2차 가공을 거쳐야만 커피라는 형태를 만들 수 있어서 그 해에 포도가 맛있어봐야 와인 제조와 디켄팅(혹은 보관까지 포함하여)에 따라 품질차이가 극변하는 것과 같은 상태라는 거죠. 원두는 좋으나, 이건 그냥 재료가 좋군! 수준이라 2단계에 거친 기술력으로 인해 맛의 균일화, 혹은 맛의 차이가 심하게 발생할거라 봅니다. 물론 기대 한계치는 좋은 원두일수록 높겠죠.


문제는 이 커피를 한 입 먹자마자 제가 5대 커피라는 명명에 설득당할 뻔 했다는 겁니다. 이게 모두에게 5대커피다! 라고 인정받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보통 5대 커피는 이거라고 하더군요.


1. 자메이카 블루 마운틴

2.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 G1

3. 파나마 게이샤

4. 예멘 모카 마타리

5. 하와이 코나



순서는 별 상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먹어본 거, 없습니다. 혹시 '블루 마운틴은 많이 팔던데.' 라는 분. 그거 보통 블루마운틴 2~5% 첨가한 물건입니다. 블루 마운틴 100%면 200g에 4만원 넘어가요. 일반 커피가 보통 200g에 8천~1만1천 이라고 보면 최소 4배값 하는 원두입니다. '코피 루왁이 없네.'라는 분. 그래서 제가 5대 커피니 3대 커피니 하는거 안 믿는다는 겁니다. 저에게 궁극의 원두는 현재까지도 인디아 몬순 말라바라구욧! 그러니 쿨하게 넘어갑시다.



갈아놓은 원두를 먹어봤을 때 쓴맛이 너무 강해서 이거 산패한거 아녀..? 또는 로스팅이 너무 쎈 거 아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쓴맛, 신맛, 단맛, 농후한 맛이 첫입부터 한번에 밀려들어오는 경험은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어지간한 커피라면 나눠서 풍미가 느껴지는게 정상인데 맛 자체가 굉장히 폭발력을 지녀서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치는 개성은 지금까지 마셔본 커피 중에서 가장 놀랍고, 인상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향은 ... 제 코가 등신이라 잘 모르겠고, 독특한 풍미가 있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제 뇌에는 없는데 묘한 풍미가 존재합니다. 계속 맡아봐야 후각피로 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높은 온도로 추출을 다시 해본 결과, 율무향과 같은 풍미가 매우 강하게 느껴지면서 맛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변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강점은 보존되지만, 개성은 강화됩니다. 보통 처음보는 원두는 일단 원두 자체를 먹어보고 개성을 판단하는데 쓴맛이 강렬해서 낮은 온도 추출을 시도했었지만, 정답이 아니었네요.



코나가 이정도인 걸로 보아 나머지 4개도 다른 커피 3~5배 가격 내고 한 번 먹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되네요. 여러분, 유명하고 좋고 비싼게 괜히 유명하고 좋고 비싼게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