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독서

천사, 감상.

UVRT 2015. 4. 27. 00:33



천사

저자
마노 다카야 지음
출판사
들녘 | 2000-03-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술사는 인간의 발전사이자, 발상의 전환사이다!전쟁에는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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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th in Fantasy 시리즈 17, 나온지는 올해로 딱 20년. 국내에 나온지도 꽤 됐고 제게 있어서는 추억이 깊은 책입니다. 왜냐하면 이 시리즈에서 제일 많이, 그리고 열심히 읽은 책이니까요. 그래.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것 같다. 천사라. 얼마나 좋은 단어인가. 솔직히 국내에 오컬트에 관련된 책이 얼마나 있었단 말인가. 물론 15년이나 흘러버려서 지금은 얼마나 좋은 책들이 나와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후에 나름대로 천사에 대해서는 꾸준히 자료를 구하거나 읽어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천사에 대한 지식은 점점 종교학으로 빠져들었고 이제는 철학적 관점에서 천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천사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질문에 이 책은 대답하지 않는다. 천사에 대한 근본적인 것이 궁금하다면, 당신이 종교적인 이유로 천사에 대한 의문을 가졌고, 그걸 해결하고 싶다면 이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이 책에 있는 내용은 기독교, 혹은 바티칸이 인정하는 정식 해석도 아니다. 그냥 그러하지 않을까라는 자의적 해석이다. 가브리엘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같은 걸 논의하려면 선행되는 수많은 철학적 난관과 종교적 문제점을 지나야 한다. 그러니 이 책은 아니다.

과연 천사란 무엇인가. 종교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인류학적, 혹은 인문학적 견지에서 대답하자면 천사란 주도권 싸움에서 패배한 영적 존재다. 승리한 쪽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천사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악마가 된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여호와 신앙의 경우 투쟁의 역사가 매우 길며 종교적 대립 또한 격렬했다. 그리고 다신교에서 일신교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신앙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편입할 수 있었던 다신교-일본의 신토나 인도의 힌두-의 방법을 쓸 수는 없었다. 유일하며 위대한 분은 오로지 한 분이니까. 결국 수많은 신격이 격하되어 탄생하는 것이 천사와 악마다. 대부분의 천사와 악마는 토속신앙, 혹은 민간신앙과 전설을 망라하여 주류 종교에 편입된 결과물이다. 천사학, 혹은 천사나 악마가 이다지도 열심히 정리가 되어 있는 이유는 이처럼 오랜 기간동안 축척된 내용이 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경전-교리라는 체계화된 종교와 부딫히며 그 내부로 자연스럽게 체계화되어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신께서는 전지전능하시다. 이 명제가 참이라 할 때, 우리는 대체 천사와 악마가 왜 필요한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책은 카발리즘, 그노시즘, 오컬트 등 신비주의 이론이나 서적들을 적당히 신화학적 관점에서 뭉게놓은 내용물이다. 괜찮은 가이드북보다 질은 떨어지고 이 책을 읽고 오히려 여호와 신앙 기반 종교에 대한 오해만 늘어날 것 같지만, 오해 좀 하면 어떤가. 불교도 이슬람도 힌두도 도교도 다 오해받고 사는데.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점이 있다. 비록 많은 인용구가 경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의미는 저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고 분명히 기독/카톨릭의 주류 해석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읽고 종교인에게 가서 이렇다면서? 같은 개소리를 지껄이면 정말 무례한 행위라는 것 정도는 알아둬야 한다.

오컬트적 측면에서 천사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현재도 이 책 외에는 크게 다른 책은 딱히? 하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 가즈나이트에서 가장 인기있던 악마왕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작권법 정통으로 어긴 디아블로였다는 걸. 자료는 자료일 뿐이다. 심심풀이 삼아 읽으면 좋지만 절대로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주관이 개입하고 주관은 반드시 어딘가에 오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