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독서

무기와 방어구(서양편), 감상.

UVRT 2015. 4. 13. 03:26


무기와 방어구: 서양편

저자
이치카와 사다하루 지음
출판사
들녘 | 2000-1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강철마저도 마치 진흙을 베듯 잘라 내는 예리한 검, 마법사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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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도에 나온 Truth in fantasy 20, 그리고 판타지 라이브러리 13 입니다. 네, 들죽날쭉이군요. 그런데 나온지 20년 됐습니다. 번역된지도 15년 되었습니다. 이 책 나올 때 태어난 친구가 대학생이고 이 책 번역될 때 태어난 친구가 중2네요. 무섭네요. 덜덜덜. 괴병단 분들은 이번에 함께하지 않았나 봅니다. 이제 스스로 할 정도로 조예가 깊어지셨던 걸까요? 그런데 왜 Yes24의 제정신 아닌 놈들은 이치카와 사다하루가 아닌 사아하루 라고 저자를 계속 기록해놓을까요? 일단 1:1 문의로 클레임 걸어놨습니다. 저자 이름 틀리지 마라 좀.

... 음. 무기가 250여페이지고 책은 330여페이지인데... 방어구가 고작 80페이지라서 미안하다? 사실 무기적 측면에서는 이쪽이 더 종류가 많아보이는 건 아무래도 눈의 착각이겠죠? 솔직히 무훈의 칼날보다 설명이 더 간략하지만, 그래도 있을 이야기는 다 있고 제원은 반드시 다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냉병기 빠가 아닌 이상 그냥 이 책 하나 사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전 냉병기 빠라서 무훈의 칼날 샀음. 캬, 부쿤노 야이바! ...맞나?

유럽식 카발리에를 알기 위해서 아서왕 전설을 보는 사람은 많지만, 그게 진짜일 거야! 라고 믿는 놈은 별로 없겠죠? 이 책도 그정도로 보면 됩니다. 참조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 전적으로 다 믿으면 곤란해요. 일단 기본적으로 투핸디드-브로드-롱-숏 소드의 기준 자체가 이상하잖아요? 손 기준이면 투핸드-원 앤 하프 핸드 - 원 핸드 식으로 해야 할 거고, 길이면 롱-숏-슈퍼 롱 ...뭐 이런 식으로 해야 할 겁니다. 사실 원저자가 어떤 의도로 이렇게 기준을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통념적, 혹은 판타지 속의 진실, 혹은 사실이라는 원(原)시리즈의 이름으로 볼 때 판타지에서 흔히 나오는 이름을 따라갔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기준이 굉장히 많습니다. 무기도 그렇겠죠. 같은 숏소드지만 로마놈들이 쓸 때랑 우리가 쓸 때랑 이름이 달라요. 사실 모양도 다르고 용도도 좀 다르고 뭐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길이로 퉁쳐서 60cm 미만을 숏소드라고 하겠죠. 그런데 이거 번역하면 단검이잖아요? 여러분, 사시미 칼이 30cm 정도 인거 아십니까? 55cm 칼 들고 단검이오! 라고 하는 순간 사극에서 분위기 싸해집니다. 미쳤어... 라는 반응과 함께 말이죠.

그런의미에서 철판쓰면 플레이트 아머고 고리 쓰면 체인 메일이야. 가죽 쓰면 레더 아머고. 어. 근데 뭐는 아머인데 뭐는 메일이지? 늬앙스 차이는 알겠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 이러한 레퍼런스가 아닌-권위가 조금 부족한- 도서를 참고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비판적 관점에서 내용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원은 비판할 수 없습니다. 숏소드가 60cm라고 적혀 있다면 이건 사실일 겁니다. 이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이죠. 하지만 숏소드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숏소드라는 명칭이 임의적일 수 있다는 것은 견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레퍼런스를 맹신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판성을 지니지 않고 책을 신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레퍼런스는 저보다 아득히 권위적이고 지성적이며 객관적인 분이 저술하셨습니다. 저보다 더 노력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도 사람이고 아직까지 사람치고 전지(全知)한 자는 없었고 오류 없는 학자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게 정보에 접근하고 최선을 다해서 자료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이 책처럼, 사전식 교양서적이라면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앞선 무훈의 칼날에서는 작가라면 이런 책이 좋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프로 작가라면, 당신은 꽤나 높은 신뢰성을 지니는 매체가 되버립니다. 당신이 하는 말을 순진하게 맹신할 사람이 많다는 뜻이죠. 그러니 당신은 스스로 객관성을 토대로 좀 더 엄격하게 자료를 검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는 항상 공부를 해야 하는 겁니다. 독서로 채울 수 있는 지식은 이제 거리낌없이 쓸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까요.

이 책은 읽기에는 좋습니다. 하지만 공부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건 변함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