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독서

무훈의 칼날, 감상.

UVRT 2015. 4. 13. 03:25


무훈의 칼날

저자
이치카와 사다하루 지음
출판사
들녘 | 2001-1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무훈의 칼날은 서양 무기의 기원, 용법, 역사를 상세히 설명한 ...
가격비교


Fantasy Livrary 24.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 원 시리즈의 제목은 Truth in fantasy 니까 찾아보려면 찾아보시고. 그런데 이 책 원서는 1989년에 출간된 거라 이미 초판 발행 시점에서 12년 경과. 그리고 현 시점에서 27년 전에 나온 책이니까 그 점은 좀 감안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보니까 '괴병대'라는 팀 작업이네요.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건가?

일단 각설하고 자, 이 책에 대해서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뭐가 되건 감탄사가 나온다면, 당신은 아마 이 책을 알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판타지를 좋아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적어도 5년은 회자되던 책이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하지만 가격은 사실 가볍지 않은 자료집. 판타지 라이브러리. 이 책이 맞고 틀리고는 사실 관심 없었다. 검증할 능력이 없으니까. 그리고 나는 지금도 검증할 능력은 없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이 책을 유용하게 쓰고 있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중역? 오역? 뭐 어떠냐. 어차피 이 책은 가벼운 책이다. 이 책이 무겁다고 주장하지는 말자. 2001년도, 그러니까 한국 땅에서 월드컵하기 일년 전에 나온 책인데 가격이 1만 1천원. ... 솔직히 무거워야 할 책이긴 하지만, 내용은 가벼웠을 것이다. 무기에 대해서 줄줄 늘어놓기는 했는데 사실 무기와 방어구(서양편) 있으면 별로 필요는 없을 책이기도 했고... 과연 2015년 현재 이 책이 얼마나 가치있는 자료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은 꽤나 괜찮은 자료지 않나? 인터넷에 치면 줄줄 나온다고 하지만 결국 이 책은 참고문헌이라도 있는 나름의 레퍼런스의 틀을 갖춘 저작이고 인터넷보다는 신뢰도가 높다. 그리고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이 것보다 신뢰도가 높고 친절하며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저작은 없다.


... 야, 근데 이거 진짜 뭔 얘기를 더 해야 할까요? 내가 여기에 뭐 깊은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젠장.

일단 이거 제목은 무훈이고 칼날이고 그런데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무기 이야기야. 무기만 전문적으로 다루신다. 그럼 무기와 방어구(서양편)과 다른 점은 뭔가, 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제 대답은 역시나 크게 없어, 겠죠. 동일 저자가 지은 거라서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훈의 칼날이 그나마 뒤에 나온 책이라서 약간 더 설명이 보충되어 있다는 것 정도? 그 외에 큰 골자는 차이 없음. 정말 슬픈건 방어구만 따로 편성한 책은 적어도 34권까지는 나온 적이 없다는 점이죠. 오히려 무기사전이라고 뒤에 또 새롭게 뭔가 추가된 건 있지만요.

요약하자면 포인트는 4개.

1. 당신이 무기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많이 모자라다.
2. 당신이 무기의 제원과 간단한 배경지식을 알고 싶다면, 이 책으로 충분하다.
3. 당신이 무기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사료를 원한다면, 이 책은 완전 아니다.
4. 당신이 연구자라면 이딴 책은 당연히 볼 필요도 없고, 당신이 일반인이라면 이 책에서 더 나갈 필요는 없다.

그럼 이제부터 이 책에 대한 잡설.

이 책이 사실 인기를 끌게 된 건 쉽기도 하거니와 설명이 게임 가이드북처럼 되어 있어서인데, 초창기 작가들 같은 경우는 까놓고 무기가 어떻고 저떻고는 별 신경 안썼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도 그딴거 별로 신경 안썼고. 칼이면 됐지 롱소드면 어떻고 숏소드면 어때? 라는 분위기였달까요? 그냥 휘둘러서 피만 튀면 그만이지 식이었죠. 그런데 판타지 독자층이라는게 형성되면서 일종의 '하드 코어 팬'이라는 게 옅게 형성되버리고 이 하드코어들이 예전 독자들은 신경쓰지 않던 내적 리얼리즘이라는 걸 이제 따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도서들이 부각됩니다.

전 그게 바로 고증과 역사적 사실 및 과학적 근거를 판타지에 따지게 된 시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사실 그 시절은 좀 심했던게, 판타지는 자유라고! 라는 요망한 기치를 내세우고 기사라는 것들은 모조리 풀플레이트를 들처입고 마상에서 롱소드를 휘두르는데 미친 전투마는 그놈의 오라 소드인지 소드 레저넌스인지 검기인지에 죽지도 않아요, 법사놈들은 그냥 성벽에 그리스나 걸면 그만인데 모여서 이상한 메테오나 쏴대고 메테오 떨어져도 이건 무슨 게임 속 세상인지 떨어진 지역만 파괴되는 그야말로 4x4 칸을 날리는 평화의 기술이었습니다. 그러니 독자들 입장에서는 몰입하고 싶어도 몰입이 안되게 되고, 독자로써는 당연히 내적 리얼리즘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은 그러한 내적 리얼리즘을 채우는 용도로 쓴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밀덕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스타워즈가 모조리 과학적으로 혹은 내적 정합성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들어맞아서 인기가 좋은건 아니니까요. 독자가 '이 정도면 그럴싸해'라고 느낄 정도면 됩니다.

당신이 연구자라면, 이 책은 안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작가를 지망한다면, 혹은 글쓰기에 취미가 있다면 이 정도 책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