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2015 연하장 ver. 곰치

UVRT 2015. 1. 4. 07:54

안녕하세요. 2015년이 되었습니다. 을미년이라고 하는 미친놈들이 있는데, 갑자계산은 음력이니 아직 갑오년입니다. 한자 허세를 하고 싶다면 음력, 양력 정도는 구별하고 허세질을 하자는 교훈을 매년 전해주는군요.


13년도에 목표를 기도라로 잡은 것 같은데 저는 매년 목표달성에 실패하여 현재 젯톤->바돈->발탄->기도라->가메라 까지 실패한 상태입니다. 사실 말 안했는데 작년 목표는 가메라였습니다. 하하하하. 단단해질 수 없어.


불특정 다수를 위한 신년 인사니 콕 짚어서 말하긴 그렇습니다. SNS 라면 모를까, 여긴 정말 익명적이잖아요? 저에겐 좋은 소식이 있고, 요즘 들어 꾸는 꿈은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다 좋은 소리만 나옵니다. 그래서 더더욱 불안해지는 한해군요. 저한테 좋은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아무 이야기나 대충 분량 때우기 식으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쁜 분은 마지막 줄만 읽으셔도 충분합니다.


여러분. 세상이 병신같습니다. 나라 꼴은 개판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내일 대선을 다시 하고 문재인과 박근혜가 나온다면 박근혜 찍습니다. 둘 다 최악이지만 결국 우리 동내에 가로수라도 하나 더 심어줄 확률이 높은 사람은 박근혜입니다. 그러니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박근혜를 찍고 새누리를 지지할 겁니다. 새정치 안 찍으면 다 역적이라는 분들이 인터넷이나 밖이나 참 많습니다. 사실 그 분들도 속으로는 새정치가 개쓰레기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니까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또다른 개쓰레기인 새누리를 찍는 저를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파이리, 꼬부기, 버터플, 야도란은 전부 생긴 것도 속성도 대우도 다르지만 친구라고 하지 않습니까. 당신과 저의 차이가 파이리와 꼬부기 정도는 아닐 거라 믿습니다. 적어도 인간이라는 종적 카테고리는 우리가 정한 거잖습니까. 남이 정해준 게 아니라.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면 꼴마초와 꼴페미, 새누리와 새정치 지지자들은 의견을 교환하고 차이를 인지한 뒤 그냥 닭이나 한 다리 할 수 있을 겁니다. 새정치 지지한다고 시발새끼가 아니며 새누리 지지한다고 병신새끼가 아닙니다. 새정치가 시발이고 새누리가 병신인 건데 왜 선택지 없이 가불패턴 처 맞는 우리가 서로를 까야 합니까. 저는 제가 병신소리 해도 처맞지 않는 삶을 위해 당신이 병신 소리 하는 걸 참고 병신 소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물론 당신이 하는 소리가 병신 소리이며 전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내 의견에 동의만 하지 말지 내가 의견 내는 것 자체를 까지는 마세요. 그게 뭐야, 병신같이.


이러한 사해동포정신에 기반하여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법대로 살고 인의를 지키고 산다면 정말 굶어 뒤질까.


저는 커피를 좋아해서 언젠가는 병신같은 카페를 하고 싶습니다. 그 때 알바의 인권을 존중하고 최저시급 이상을 챙겨주며 주휴수당을 주고 연차를 쓸 수 있으며 무리 없이 교대근무를 하게 한다면 저는 망하는 걸까요? 제가 인간에게 극락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인간이 인간답게 살자고 만든 법의 최저한을 지키는데 망하는 걸까요. 그럼 법이 잘못된 것이겠지요. 그러면 저는 카페에 붉은 혁명의 기를 걸고 저희 동네가 조선의 모스크바로 불리던 그 시절처럼 경제 혁명의 전초기지로 삼아 한국 빨갱이 현대사에 한 줄 이름을 올려볼 수 있도록 투쟁할 생각입니다.


작년과 올해의 저는 지금 아무런 권력도 능력도 돈도 명예도 없어서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옛 학교로 돌아가면 선배라는 이름으로 권력과 능력과 돈과 명예를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나이 몇살 많고 학교 몇 년 일찍 졸업했다는 것 뿐인데 말이죠. 사실 제가 후배들보다 아는게 많거나 똑똑하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가끔 후배들 앞에서 허세부리고 집에 와서 이불을 덮으면 뒤져버리고 싶던 적이 있습니다. 가끔인 이유는 제가 후배를 가끔 만나기 때문입니다. 사회부적응자라서 자주 만나면 심장에 무리가 오더군요. 치하야 스파이럴처럼 자학을 한다, 자학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런 걸 자랑스러워하는 나를 부끄러워 한다. 자학한다 식으로 무한 나선을 그리며 텐션이 내려가고 SAN치는 항상 핀치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한강 수온은 손으로만 체크하시고 몸으로는 체크하지 마세요. 물론 저도 퐁당 어플 깔고 매일 수온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카이저 기어 어플을 눌러서 외칩니다.


"헨신!!!"


와이파이가 안 터지면 변신이 안된다는 점은 좀 슬프지만 그래도 와이파이가 터질 때라도 변신할 수 있는게 어딥니까. 슈트가 없어서 몸뚱아리는 변하지 않지만 정신은 충분히 승천하여 카이저가 됩니다. 스트롱거 터치 장갑 같은거 만들면 진짜 3만원이라도 결제할텐데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네요. 이런 기이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부끄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나처럼 가난해지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이재용이 부럽지만 이재용이 망할 필요까지는 없잖아요. 만약 내가 없다고 하여 남마저 없기를 바란다면, 그런 마음이 바로 부끄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를 벗어나 남을 생각하고 위해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짝에 들어가 유언이라는 라스트 오더를 때려야 하는 그 한순간만이라도 말이죠.


그런 점에서 올 한해는 그러한 스스로 부끄러운 것은 경계하며 살아볼까 합니다. 학교를 다닐 때 쓰레기를 길에 버리는 걸 쿨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고 담임에게 걸려서 개털렸습니다. 버리고 뒤돌아서는데 딱 눈 앞에 있더라구요. 그 때 세운 단어가 신독(愼獨)입니다. 홀로 있어도 삼가는 마음으로 항상 떳떳할 수는 없지만 부끄러움은 없는 그런 한해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들이 저를 부끄러워 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맘대로 저한테 기대해서 그 기대대로 안된다고 부끄러워하는 거야 당신 자유지만, 당신이 부끄러우니까 나더러 재갈을 차라는 건 무슨 심보입니까. 저는 그런 당신이 부끄럽습니다. 존중은 상대를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상대를 괴롭히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않으려면 뭐가 제일 편한가 했더니 역시 모스라가 제일인 것 같습니다. 모스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모스라는 나방형 괴수인데 고지라에 나오고 막 독으로 녹이고 뭐 그렇습니다. 근데 정의롭습니다. 그리고 귀엽지요. 사실 귀여운 게 정의 아닙니까. 그리고 팬티가 아니면 부끄럽지 않듯, 귀여우면 부끄럽지 않습니다. 부끄럽지 않다고 믿으면 그만이에요. 그리고 귀여우면 부끄러운게 아니라 그냥 귀여운게 됩니다. 넨도로이드가 그렇지요.


그러니 올해는 모스라가 되보고자 합니다. 모스라 같이 살아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