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독서

짧은 뱀, 감상.

UVRT 2014. 3. 1. 10:48



짧은 뱀

저자
베르나르 뒤 부슈롱 지음
출판사
문학세계사 | 2006-09-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이러니와 블랙유머로 가득한 종교적 원정기 '짧은 뱀'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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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에게 있는 것은 인정치 아니하고, 보지도 못한다. 잔잔한 일상이 너무나 평범하게 흘러간다. 사람은 죽기 마련이고 밥이 없으면 굶기 마련이고 굶으면 추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짐승이 사람이 되듯 사람도 짐승이 된다. 종교는 그것을 미화하고 심판하지만 결국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죄가 많고 죄가 많다는 것은 죄를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과거에 죄를 짓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죄를 지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당장이 될지, 먼 미래가 될지 내가 죽은 뒤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죄를 지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인간의 죄에 대한 조용한 관조다.

글은 그로테스크하다. 추하지만 그 곳에 샘솟는 생명의 아름다움이 있다. 인간 본연에 잠재된 삶에 대한 열망과 생존에 대한 집착이 가득 차오르면 나는 나의 안락함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는 행복하고 아직 나는 괜찮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따뜻하고 편안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나의 마음은 지금 행복함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니 그것을 나는 아름답다고 부르겠다. 나는 이 피와 섹스, 광기로 얼룩진 인생의 첨단(尖端)에 찬사를 보낸다.

돌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잔혹할지언정 추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 돌에는 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그들의 뒤에는 성자의 가호가 깃들어 있을 것이다. 광신과 맹신의 이름으로 성호를 긋는 인간의 무지함에 우린 소름이 돋지만 또한 연민도 느낀다. 이 덜되고 무식한 자들에 대한 연민. 내가 선진화되어 있고 문명화 되어 있다는 오만. 고도화된 산업 속에서 인간은 이제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찾아 헤매고 있다. 생의 순간을 온 몸으로 만끽하는 이 사람들으 불쌍히 보며 자신이 고상하다 말하지만 결국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흔들린다. 나는 내가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생존의 비바람 속에 글 속 사람들의 삶이 흔들거리고 나는 겨우 안락의자의 흔들거림에 몸을 맡기고 살찐 혀로 존재를 나불거리고 위대한 의지를 말하며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논한다. 거짓된 삶이다.

모든 것은 앞뒤를 붙인 동전 같은 모습이고 배면은 곧 전면이다. 글을 읽으며 나는 점점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위 아래가 모두 새파란 수면을 발로 차며 점점 검푸른 아래로 차나간다. 내 발 밑에는 하늘이 있고 내 머리 꼭대기에 바다가 있다. 나는 내가 거꾸로 서 있는지 똑바로 서 있는지조차 이젠 모르겠다. 짧은 뱀을 뒤집어 쓰고 얼음을 지치며 나아갔던 몬티누스여. 나는 지금 똑바로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