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독서

로버랜덤, 감상.

UVRT 2013. 12. 8. 10:17



로버랜덤

저자
J. R. R. 톨킨, 크리스티나 스컬, 웨인 G. 해몬드 지음
출판사
씨앗을뿌리는사람(주) | 2008-09-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기의 거장 J.R.R. 톨킨의 판타지 동화“파란색 깃털 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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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호빗』보다 이 책이 더욱 유용할지 모른다. 톨킨이 현재 판타지의 기틀을 만들었기에 대단하다면 그 톨킨의 밑바탕이 되는 『로버랜덤』또한 대단힐테니까. 너무나 단순하고 명쾌한 집필의도를 가지고 완성된 이야기는 삽화와 문장 하나마다 톨킨이 보여주려한 진지한 의미와 따뜻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세 마법사와 세 로버는 톨킨과 그의 아이들일 수도 있고 정말 환상의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마법사와 로버들은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몇 살이건 간에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보인다. 그리고 이 점은 장편동화로서 『로버랜덤』이 가진 범용성을 담보한다. 그리고 이 범용성은 『로버랜덤』이 부모들이 좋아하는 교훈적인 해석에 대한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흥미위주의 해석 또한 가능하게 만든다. 『로버랜덤』의 개성과 가치는 바로 이 부분에 존재한다. 3번의 흡사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비슷하지만 약간씩 다른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부분마다 자신을 이입하며 객관적 시선과 주관적 재미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현대 동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모두 갖춘 작품으로 한국에 사는 일반인이 '동화'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이 가장 잘 표현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 창작 장편 동화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것도 환상 동화류에 입문하려는 사람이라면 『로버랜덤』으로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로버랜덤』은 무엇을 말하는가. 톨킨은 작은 강아지 이야기를 통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네 강아지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고 지금 인생을 즐기고 있으니 울지말고 너도 힘내서 기쁘게 살아가라는 말을 하는걸까. 로버는 강아지이자 곧 이 책을 읽는 누군가이다. 특별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지만 평범하게 살고 있고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 같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규칙도 없이 무작위로 굴러가고 있다. 남과 다른 것은 껄끄럽지만, 남과 같은 것은 불쾌하다. 그래서 우린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비틀거리지만 조심스럽게 살아간다.


그 가운데에서 모두 비틀거리기 때문에 나는 내가 된다. 특별하니까. 하지만 남과 비슷하게 휘청거리기 때문에 너는 나와 친할 수 있다. 비슷하니까. 오로지 나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역시 너무 외롭다. 나와 똑같은 놈이 기분나쁘다고 해도 있으면 즐겁다. 세상은 그런 것이다. 세상이 돌고 돌고 돈다. 결정하는 것은 나다. 마법사들은 하지 말아야 될 것을 말하지만 그걸 지킬지 말지 결정하는 건 나다. 살아가는 게 바로 나니까.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선택의 결과가 아닌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유로움이 바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싫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 좋아질 수도 있다. 이건 변덕스러운 것도 아니고 줏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사람은 어느 한쪽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 사이에서 우린 결정을 짓고 후회하고 만족하며 살아간다. 항상 만족하는 최선의 선택은 없고 항상 후회하는 최악의 선택도 없다. 우린 항상 어느정도 만족하고 대충 후회하고 살아간다.


인생은 Rover이고, Random이다. 그래서 이 책 이름은 Roverand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