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독서

펭귄의 우울, 감상.

UVRT 2013. 6. 5. 03:13



펭귄의 우울 (양장본)

저자
안드레이 쿠르코프 지음
출판사
| 2006-08-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고독한 작가와 우울증 걸린 희한한 동거!현재 러시아문학의 최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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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Smert' postoronnego>라는 원제도 병기되어 있긴 한데-러시아어이고- 원제는 일단 저걸로 되어 있으니 저걸로 가도록 합시다. 우크라이나 어인가. 아니면 다른 방향의 러시아 언어인가. 일단 그런건 귀찮으니 패스하고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펭귄이 우울하다. 심장이 좋지 않다. 우울증도 있다. 펭귄이라 우울타. 물론 죽을 거 같기도 하다. 압티노티테스 속인지 피고셀리스 속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건 어차피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펭귄, 그저 펭귄이 지금 우울하다. 심장이 안좋은 펭귄이 우울하다. 아, 그래서 나도 우울타.

눈물이 자글거리며 흐른다. 그리고 채 뺨에 머물기도 전에 얼어붙어 산산히 흩날린다. 눈가에 얼어붙은 눈물이 눈꺼풀을 잡아당긴다. 눈가가 시리도록 아파 다시 눈물이 흐른다. 눈물이 부서진다. 자글자글. 내 얼굴이 지금 빨갛게 끓어오른다. 울고 싶다. 하지만 그래서 덥다. 너무 덥다. 여름의 냉기가 필요한 필요하다. 저 공의 천장에 붙일 발바닥이 필요하다.

-40℃. 바이러스조차 살아남지 못하는 그곳에서 온 이 검고 하얀 이에게 이 곳으 너무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세상일 것이다. 그러니 다 불타버리라지. 그러면 내가 弔文을 써줄 텐데. 당신을 위한 멋진 十字架도 써줄 텐데. 인생의 만장이 펄럭이고 던져진 꽃 위에 흩뿌려지는 흙을 까망 하양의 그 이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미동조차 없이. 저 흙에 주인이 없듯 죽음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일 테다. 내 것도 똑같이.

물끄러미 세상을 그저 지켜서서 가만히 가만이 보고 있어보자. 나는 하찮고 그래서 뭐, 잘 모르겠다. 우크라니아의 빅토르, 세르게이, 미샤, 소냐, 니나. 알 턱이 없다. 알 수도 없다. 당연히 모르겠다.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거 몰라도 된다. 어차피 모르고 살지 않는가. 그런건 어차피 '그런 거'에 불과하다.

언젠가 나는 북극에 사는 펭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 이야기는 뻥이었다. 나는 항상 거짓말만 하니까.- 그리고 지금 이 책을 덮고 좋은 걸 깨달았다.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동물이라는 건 TV에서만 나오는거 아닌가?"

소냐가 맞는 소리 했다. 은근히 나도 동의한다. 나도 빅토르의 의견에 재청한다.

펭귄은 굉장히 Cool 할 것이다. 아마 300마리의 쇼펜하우어, 니체, 데카르트, 하이데거, 스피노자, 칸트가 있을 지도 모른다. 음악도 분명히 모짜르트 같은 것이나 좋아할게 분명하다. 그지같은 펭귄 놈들. 마카로니 놈들이나 레게질을 할 터이고 압티노티테스 놈들은 분명히 고까운 미소를 띄면서 모짜르트를 씹고 있을 거다. 그러니 나도 이제 책임을 지고 다시 펭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검고 하얀 친구들에 대한 사과의 표시로 말이다.

먼지가 켜켜이 일어난다. 백열등이 노랗게 비추고 종이는 발갛게 뜬다. 관자놀이 쑤신다. 중요한 것은 발견이고 지금 빅토르는 먼지가 떠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 얄팍한 기침은 그만두고 좀 더 근본적인 해결을 해보자.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떠나자. 어디론가. 2겹의 지방층이 필요한, 먼지 한 톨 없는 곳으로. 그리고 천천히 발견해보자. 문지방에 서서 안도 밖도 아니고 하얗지도 까맣지도 않은 눈으로 물끄러미 지켜보자. 문지방에 서서 검지도 하얗지도 않은 곳에서 지켜보며 발견하자.

펭귄이, 나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