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독서

49일의 레시피, 감상.

UVRT 2013. 6. 5. 03:12



49일의 레시피

저자
이부키 유키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1-0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NHK 드라마 절찬 방영중, 2010년 일본 독자들을 울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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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の' 라는 부분의 번 역에 좀 더 고민을 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49일의 레시피'라는 제목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좀 더 좋은 딱 맞는 제목 이 있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지금까지 49일 간의 레시피, 라고 이해하고 있었기 때 문이다. 그래서 레시피도 49개는 되겠지! 라고 마음으로 믿고 있었는데 레시피는 중요하지 않았어. 씁. 레시피가 중요한게 아 냐. 진짜로. 처음에는 레시피가 중요한 거 같은데 나중에 가면 그게 아냐.

 

기대한 게 너무너무 커서 그런지 간만에 불완전 연소가 된 기분이 든다. 책을 보고 아쉬웠던 적이 극히 드문데, 이 책을 읽고는 재밌 긴 하지만 아쉽다, 라는 기분이 밀려들어 왔다. 내가 좀 더 삭막해졌다는 말 같기도 해서 쌉싸름하다.

 

언젠가 누군가는 죽는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엄마도 죽는다. 뭐, 아빠도 죽겠지. 물론 나는 이미 아빠 없이도 혼자 잘 수 있 고 엄마 없이도 혼자 살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의 한 명이지만, 과연 나는 아빠 없는 하늘 아래에서 혼 자 잘 수 있을까. 엄마 없는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모르겠다. 뭐, 나는 그렇다고 치자.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나 란 새끼는 항상 그런 놈이니까. 그런데 내가 만약에 아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아이는 나 없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내 아이가 나 없이 너무나 잘 살아간다면 뿌듯할까, 서글플까.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위해 죽은 뒤의 그대를 위로하는 이야기를 써야 한 다면 나는 울면서 쓰고 있을까, 웃으면서 까르륵 대고 있을까. 알 수가 없다. 하늘이 무너지기(天崩) 전에는 어떤 상상도 현실 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 세상에 나 호올로 존재하게 될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 너무나도 싸늘한 현실의 모 든 것이 두려워진다. 나는 아직도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잘 수는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아무리 지금 이 순간이 미치도록 힘들어도 사람은 먹어야 되고, 씻어야 되고 살아가야 한다. 사람을 추모하기 위해 고작 49일 밖 에 필요할 리가 없지만 우리는 살아가기 위한 기점을 49일에 두고 있다. 그 때도 다 털어내지 못했다면 우린 이제 3개월, 1년 을 기다리고, 3년을 기다리고 그리고 대부분 그때가 되면 웃으며 떠나간 사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슬픔이 너 무나 깊어 3년으로도 부족하다면 아마 3년 뒤에 잊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사무쳐 그 전에 죽어버리겠지.

 

하지만 떠나가는 사람은 내가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믿으며 사람은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추스르고 다시 살아가기 위한 힘을 내야 한 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런 떠나간 사람의 자리를 내 생각과 마음으로 채우고 지워가는 것에 대한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 '러브스토리'가 유행하던 시절 그 뒷 이야기라고 떠돌던 이야기가 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올리버는 새로운 애인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어느 날 올리버가 너무나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어 그의 애인은 물었다.

 

"제니 생각이 나서 그렇게 슬픈거야?"

 

그리고 올리버는 말했다.

 

"아니, 제니 생각이 이제 나지 않아서."

 

잊어버리는 것이 더욱 더 슬프지만,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잊어야 한다. 49일의 시간은 우리에게 그런 슬픈 망각의 추억을 전해 줄 것이다. 그래야 우린 웃으며 그 사람을 추억하며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을테니까.